나의 서재/자작시

장끼의 포효

기영석 2019. 5. 21. 23:50

#자작시

 

장끼의 포효 / 기영석

 

메말랐던 대지가

목 마름을 기다릴 때

밤새 내린 봄비로

촉촉이 젖어 생기를 얻었는데

여명이 하루의 시작됨을 알려준다

 

질퍽한 들길로 산으로

비에 젖은 새싹들이 춤을 추고

배 밭의 꽃봉오리가

터질 듯 시간을 기다리고

습관처럼 솔향기를 맡으며

낙엽진 등 굽잇길을 걷는다

 

인동초는 생명력을 보여주고

소나무의 향이 코를 간질일 즈음

노래하는 비둘기는 거칠 줄 모르고

까투리는 어디 있는지 볼 수가 없어

발정 난 꿩의 울음소리가 정겹다

 

몸을 비틀며 나무 사이를 걸을 때

청아한 새싹들이 키재기를 하고

연녹의 버드나무는 치장하기 바쁘고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봄은

생동하는 계절임을 알려준다

 

차디찬 바람이 참꽃 핀 가지를

마구 흔들고 스칠 때

우짖는 새소리 들려오는 소나무 아래를

요리조리 비틀며 그리운 님을 찾아

애타게 울부짖는 꿩 아

그만 울어라 내 마음이 아파 온다는 걸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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