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장끼의 포효 / 기영석
메말랐던 대지가
목 마름을 기다릴 때
밤새 내린 봄비로
촉촉이 젖어 생기를 얻었는데
여명이 하루의 시작됨을 알려준다
질퍽한 들길로 산으로
비에 젖은 새싹들이 춤을 추고
배 밭의 꽃봉오리가
터질 듯 시간을 기다리고
습관처럼 솔향기를 맡으며
낙엽진 등 굽잇길을 걷는다
인동초는 생명력을 보여주고
소나무의 향이 코를 간질일 즈음
노래하는 비둘기는 거칠 줄 모르고
까투리는 어디 있는지 볼 수가 없어
발정 난 꿩의 울음소리가 정겹다
몸을 비틀며 나무 사이를 걸을 때
청아한 새싹들이 키재기를 하고
연녹의 버드나무는 치장하기 바쁘고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봄은
생동하는 계절임을 알려준다
차디찬 바람이 참꽃 핀 가지를
마구 흔들고 스칠 때
우짖는 새소리 들려오는 소나무 아래를
요리조리 비틀며 그리운 님을 찾아
애타게 울부짖는 꿩 아
그만 울어라 내 마음이 아파 온다는 걸
2019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