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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만추

산사의 만추 / 풍호 기영석 길 따라 떠나는 산사의 아름다움이 눈 호강시켜주는데 겨울이 옮을 아는지 곱게 물든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진다 무량수전에 삼배하고 가을을 시샘하는지 골 바람이 차갑게 불어와도 단풍에 홀려 바보처럼 멍하니 명봉사 풍경을 눈에 담는다 20191104 ※문경의 물 맑은 경천호(댐)를 돌아 사도세자의 태실이 있고 예천의 고찰 명봉사를 옆지기와 함께 찾았다 #예천군

가을 끝자락

가을 끝자락 / 풍호 기영석 바람이 심술을 부려 곱게 물든 나뭇잎은 한 잎 두 잎 뚝뚝 떨어지고 한 생을 잘 보냈다고 길 위를 뒹굴고 무참히 밟혀도 아파하지도 울지도 않는다 길 섶의 억새란 놈은 갈대와 함께 바람 장단에 이리저리 흥에 겨워 춤을 추고 강 건너 사림봉엔 색깔 흐린 단풍으로 채색되고 강물은 가을을 띠워 보낸다 20191105 ※정인혁 친구 부부와 대동산 돌아 쌍절암 생태숲길을 트레킹 #예천군

너무 사랑했었는데

너무 사랑했었는데 / 풍호 기영석 당신이 너무 좋아서 너무 보고 싶고 사랑했기에 참 많이도 찾아갔었는데 구부정한 당신의 등을 타고 넓고 포근한 가슴에 안기려 내 몸이 땀에 젖고 다리가 아파와도 나는 사랑의 쾌감을 맛보았지 철철이 예쁜 옷 갈아입고 나 오기만 기다린다더니 짝사랑하는 줄을 알면서도 난 당신을 너무 사랑했었다 늙어가는 내 몸이 부실해서 당신의 등을 걸을 수도 만질 수도 없으니 바보처럼 멍하니 그리움에 젖는다오 화려한 단풍 옷 입은 당신 곁으로 하늘에 떠있는 저 구름 빌려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가고 싶소 2019. 10. 24

오 남매

오 남매 / 풍호 기영석 어미의 탯줄에 잉태하여 시시각각 태어났지만 여기서 하나가 없다면 삶에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삶에 시달려 이마엔 밭고랑이 머리에는 찬 서리가 내렸으니 남은 인생 계산기가 없더라 희망도 행복도 모두가 허상이고 보이지 않으니 붙잡지도 못하고 구름처럼 강물도 흘러만 가는데 내 몸이 노화인 걸 누구를 탓하랴 다섯 손가락 건강해달라고 돌부처에 합장해 빌었더니 대답 없는 메아리뿐이고 반지의 아픔에 인지가 아파져 온다 190305

소꿉의 첫사랑

소꿉의 첫사랑 / 풍호 기영석 긴 머리 뽀얀 얼굴 반들거리는 까만 눈 뒷동산 솔나무 아래 우연히 정이든 너와 나 해 뜨면 누가 볼라 멀리서 손짓하고 밤이면 만남의 장소 속삭이며 정 주었던 너 옛 추억 아련히 스치고 깔깔되며 웃어주던 너를 철부지 불장난 인연이라고 아린 아픔 가슴속 묻어두고 훗 날 만남을 소원하며 애절한 보고픔 가슴 저미는 밤을. 190413

하얀 물안개

하얀 물안개 / 풍호 기영석 하늘엔 먹구름 드리우고 잔잔한 강물에 소리 없이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강을 동여맨 월영교 아래에는 물 위를 나타났다 지우며 수없이 동전 물결만 일렁인다 다정하게 걸어가는 우산 속 연인들의 뒷모습 아름답고 정겨워 보이는데 물속에서 입김을 토해내며 바람에 일렁이는 물안개가 모든 것을 하얗게 집어삼킨다. 190630

그 옛날 여름밤에

그 옛날 여름밤에 / 풍호 기영석 시골 마당에 멍석 깔아 잡풀로 모깃불 피우면서 둘러앉은 마을 사람들 땀에 찌든 몸을 웅덩이에 목욕하고 우물에서 바가지로 물을 퍼서 시원하게 등목 하니 인심 좋은 이웃사촌 강낭 감자 삶아 오면 개떡 장떡 함께 먹으며 밤이 즐거웠던 그 시절 등불 하나 불 밝혀 밤늦도록 팔 베개 드러누워 깜깜한 하늘만 쳐다보며 반짝이는 별들만 세다가 잠들고 깨어보니 찬 이슬만 남았어요. 190720

어림호

어림호 / 풍호 기영석 고즈넉한 산 위에 하늘호수 하나 산천의 아름다움이 눈을 호강시켜준다 오염되지 않은 맑은 공기 서늘한 바람은 너무 정겹다 쪽빛 호수에 비친 한 폭의 산수화는 거꾸로 매달려 일렁거리고 파란 하늘 조각구름은 물속에서 흘러만 가는데 확 트인 창공을 새처럼 날고 싶은지 삶에 찌든 옆지기가 두 팔 벌려 아~ 너무 좋다 가슴속 응어리 토해내듯 소리친다 190503

두견이의 합창

두견이의 합창 / 풍호 기영석 생동감 넘치는 초록의 계절 멀리서 카랑카랑한 울림의 소리 내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쉼 없이 슬프게도 울어주는구나 절규의 부르짖음 메아리 되어 귓전에 맴돌고 가고 오는 것이 섭리인 걸 너는 알겠지 바람에 날리는 뿌연 송홧가루가 골 안개처럼 몰아치는 그늘에 앉아 조각난 파란 하늘을 쳐다본다. 19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