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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추천 5월의 가볼만한 곳④

기영석 2010. 5. 9. 20:32

한국관광공사는 ‘섬을 걷다’라는 테마 하에 2010년 5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발아래 황홀경을 두고 오르는 사량도 옥녀봉(경상남도 통영시)’, ‘독도를 껴안은 섬, 울릉도를 걷다(경상북도 울릉군)’, ’고산의 발자취를 따를까 해안 경승에 취할까(전라남도 완도군), ’비조봉에 날아올라 덕적도의 황금해변을 굽어보다(인천광역시)‘, ‘섬과 섬이 만나는 제주의 다도해, 추자도(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등 5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 노송과 백사장이 어우러진 밧지름 해변 ⓒ 이동미


비조봉에 날아올라 덕적도의 황금해변을 굽어보다

위치 :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진리

맑고 푸른 물과 하얀 백사장, 밀려오는 하얀 포말이 가슴을 후련하게 하는 동해바다에 비해 탁한 물과 개흙의 서해는 동해의 아름다움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서해안에도 동해안 못지않은 백사장과 물색을 자랑하는 해변이 있으니 인천항에서 남서쪽으로 75km 거리에 있는 덕적도가 그곳이다.

한자를 그대로 풀어보면 ‘덕을 쌓은 섬’이 되고 순 우리말로는 ‘큰 물섬’으로 물이 깊은 바다에 있는 섬이다. 해안선의 길이가 37.6㎞로 덕적군도(德積群島)에서 가장 큰 섬인 덕적도는 삼국시대부터 황해 해상교통의 중심지였다. 조선시대에는 수군을 두어 지키게 했고, 말을 기르는 국영 목장이 있었으며 연평도 조기어장의 전진기지로 이용되었을 때는 셀 수 없이 많은 배들이 정박해 호황을 누리던 섬이다.

덕적도에 닿으면 바람결에 한가로움이 묻어난다. 인천항에서 한 시간 거리임에도 세상과 다른 시간, 다른 경제, 다른 공기가 흩날린다. 이방인을 맞이하는 작고 아담한 도우 선착장(진리나루), 당연히 배가 닿는 곳이지만 이름은 덕적바다역이다. 기차가 없는 섬에서는 역(驛)이 배를 맞는다.

왼편으로는 나무데크가 이어진다. 도우끝뿌리를 끼고돌아 유치원부터 초등학고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한 울타리 안에 있고, 드넓은 덕적바다가 운동장인 덕적초중고교 앞을 지나 노송 군락지까지 이어지는 ‘덕적 도우끝 해안산책로’다. 한들한들 덕적도의 바닷바람의 손을 잡고 덕적 바닷가를 감상하기 좋은 길이다.

하지만 실상 더 좋은 길은 그 뒤에 있다. 덕적도의 능선을 따라 걷는 섬산행이다. 덕적도에는 국수봉(314m)과 비조봉(292m) 등이 있는데 국수봉이 더 높기는 하지만 날개를 퍼득이며 하늘로 비상한다는 비조봉(飛鳥峰)이 전망은 더 좋다. 천주교 진리성당 뒤쪽으로 올라가면 경사가 완만하고 소나무 숲이 깊으며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해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에게도 무리가 없다.

◇ 동섬과 서섬을 잇는 굴업도의 목기미 해변 ⓒ 이동미


비조봉 정상인 비조정(飛鳥亭)에 올라서면 문갑도, 선갑도, 각흘도, 백아도까지 30여개의 덕적군도가 옹기종기 발아래라 덕적도의 남쪽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에 있는 것이 밧지름 해변이고 그 다음으로 소야도가 아담하게 자리했으며 목염이 보이고 오른쪽에 있는 것이 서포리 해변과 삼림욕장이다.

저 멀리 갯바위 낚시꾼들까지 보이는 고성능 망원경이 준비되어 있다. 비조봉에서 운주봉을 끼고 국수봉까지 덕적도를 종주할 수 있으며(6시간) 국수봉에서 바갓수로봉을 향하는 능선길(4시간), 비조봉만 넘는 능선길(3시간)등 섬 곳곳에 등산로가 잘 되어 있으니 올망졸망 섬들이 파노라마처럼 발아래에 펼쳐지는 섬 산행이 제 맛이다.

덕적도는 등산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인근 해안에서 바다낚시가 가능하고 갯바위에서 소라, 굴, 게 등 갯것을 잡는 즐거움도 맛 볼 수 있다. 뿐 아니라 동해안보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해변이 두 곳이나 있다.

진1리에 위치한 밧지름 해수욕장은 앞쪽으로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지고 깨끗한 황금빛 모래사장과 수백 년 된 노송 600그루가 포근하게 감싸준다. 동해안 해수욕장보다 고운 백사장 때문에 서해라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 조용한 해변이다. 자그마한 텐트를 치고 며칠이라도 머물고 싶어진다.

국민 관광지로 지정된 서포리 해변은 완만한 경사와 길이 2km 넓이 500m(물이 빠진 상태일 때)의 넓은 백사장은 관광객들의 휴식처다. 덕적도는 ‘소나무의 섬’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곳곳에 소나무가 많은데 덕적초중고 인근 소나무 보호구역에는 120년에서 150년 소나무가 주를 이루고 서포리 해안에는 200~300년 급 소나무 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데크가 마련된 서포리 삼림욕장은 산책 코스로 그만이다.

◇ 비조봉에서 내려다본 덕적군도 ⓒ 이동미


덕적도 남쪽이 고운 모래 해변의 여성적인 모습이라면 북쪽은 남성적인 모습으로 소재해변과 능동자갈마당이 늠름하다. 소재해변은 커다랗고 각이 진 돌들이 굴딱지를 잔뜩 안은 채 늘어서 있고 절벽에서 갈라진 듯한 바위 파락금이가 소나무 몇 그루를 머리에 인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능동자갈마당은 좀 더 마모된 둥글고 검은 돌이 해안을 이루고 있어 장관이다. 주변의 기암괴석과 붉은 서해낙조, 낭만적인 갈대밭와 푸른 바다 그리고 검은 자갈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덕적면에는 27개의 작은 섬들이 있는데 각 섬마다 동해안이 부럽지 않은 깨끗한 해변이 있고 낚싯대만 던지면 우럭과, 놀래미가 올라오는 갯바위 포인트가 즐비하다. 덕적도 앞 소야도는 도우선착장(진리나루)에서 배로 5분 거리며 하루 한번 운행하는 ‘해양호’를 타면 덕적도를 출발해 문갑도, 굴업도 백아도 울도 지도를 지나 다시 문갑도를 거쳐 덕적도를 돌아온다. 세 시간 남짓한 덕적도 앞 바닷길을 유람하는 것이다. 이중 선단여의 장엄한 바위섬을 지나면 나타나는 굴업도는 고운 모래의 백사장과 야생화가 유명하다.

방목한 흑염소가 기암절벽에서 뛰놀고, 사슴 또한 그 수가 250여 마리에 이른다. 깎아지른 절벽과 억새밭이 그림같이 어우러지는 개머리 초원, 수백 종의 야생화가 숨어있는 연평산 등 섬에는 숨겨진 보물이 많다. 서섬과 동섬을 연결하는 목기미 해변은 ´연육사빈(聯陸沙濱)´이라 불리는데 여름이면 600여m나 되는 모래해변으로 해수욕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당일 돌아오는 배편이 없기 때문에 굴업도는 하선하면 하루 이상 묵어야 한다. [데일리안 여행 =정현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