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자작시 65

홍매화

홍매화 / 기영석 코로나 19로 답답한 날 오후 따스한 봄기운이 감돌고 파란 하늘이 나오라고 부른다 어쩐지 조용할 것만 같았던 경천 섬엔 차량과 놀이 나온 사람들로 빈틈이 하나 없다 널따란 섬 안에 새싹들이 파릇하게 여기저기 목을 내밀고 외로이 서 있는 홍매화 한 그루 빨갛게 꽃만 매달려 피었고 신기한 듯 매만지는 보드라움이 여인의 볼같이 아름답고 귀엽다. ●코로나 19로 전 국민이 불안에 떨고 방콕을 해야 하는 답답함에 따스함 따라 친구와 세 여인이 가까운 경천 섬을 돌아보고 하루 해를보냈다 200308

삶의 흔적

삶의 흔적 / 기영석 안개 낀 좁다란 공간에서 발가벗은 알몸의 웅성거림에 울림의 온천욕을 즐기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열탕엔 벌게진 살결이 인내를 말해주고 온탕에 몸 담그고 사색에 잠긴다 탕 속에서 멍하니 나도 모르게 눈동자는 슬쩍슬쩍 곁 눈짓으로 나체의 움직임을 따라다닌다 수술 자국뿐인 볼록한 배 축 늘어진 껍데기뿐인 팔과 다리 멍든 엉덩이는 뼈만 앙상하고 삶의 무게에 짓눌린 모습들이다 늙어감도 잊은 채 웃고 있지만 오직 가족을 위해 살아온 흔적뿐 인생의 허무함을 깨끗이 씻어 보련다. 2020년도 산악회 연중 계획서 ● 약간의 변경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회원 연락처와 명부는 보안상 참고 20200114

기다림

기다림 / 기영석 한해의 산행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건강하고 무사히 잘 다니게 해 달라며 신령님께 고하는 시산제를 지낸다 떡과 고기 과일 밥으로 정을 함께 나누고 새롭게 조성된 경천섬 수상 탐방로 물 위를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하는 회원들이 신이 났는지 깔깔되는 너스레의 울림에 강물도 웃으며 춤을 춘다 찬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지나갈 때 건너편 물가에 노니는 오리들의 자맥질 강 옆 산의 나목들은 깊은 잠에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지 말이 없다 상주보에 갇힌 강물에 윤슬이 눈부시고 학 전망대가 지는 햇빛을 쏟아 내며 우뚝 선 보도교 마무리 공사는 분주하다 새로운 명소가 꿈틀거리며 기지개를 켜고 봄의 손님맞이로 단장하며 하품을 한다 20200113

여행길

여행길 / 기영석 술이라면 세상을 움켜쥔 듯 살아 가신님이시여 오늘은 임이 너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마지막 가실 적 실눈 뜨고 보시더니 뭐가 그리 바쁘셨는지 슬픔만 남겨두고 돌아올 수 없는 먼 여행길을 떠났습니까 보내는 서러움에 남몰래 울었지만 임은 뜨거운 불 속에 목욕하고 한 줌으로 가루가되어 차디찬 땅속에 가족을 남겨두고 천년 집으로 가셨습니다 누구나 한세상 살다가 가는 것을 이제는 술도 없고 말리는 이들도 없으니 저세상에서 편하게 지내시길 빌겠습니다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가셨지만 임이 남겨놓은 분신들은 잘살고 있습니다. 한 줌 재로 어디론가 훌쩍 떠나신 님이시여! 아~ 그립습니다 너무 보고싶습니다 ※이 글은 1월 1일 작고하신 종숙모님과 우리와의 생전의 정겨운 마음을 그리며 떠나보낸 아쉬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