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최오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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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이 71m 세계 최대의 러산대불. 사람 키가 발가락보다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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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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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오후 3시 30분,
어메이 산에서 러산행 버스를 탔다. 4시 30분 버스는 러산에 도착했다. 청두에서 남쪽으로 160km 떨어진 러산대불은 어메이 산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세계 최대의 석불이다.
러산대불 가까이 있는
타오위안 빈관에 도착하여 방값을 물으니 론니 프래니트 안내서에 나온 방은 5년 전에 없어지고 200위안부터 시작되는 방만 있단다. 이럴 땐 흥정을 해보는 것이다. 200위안짜리 방을 100위안까지 깎아 방을 정했다. TV와 욕실이 달린 2인용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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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길이 14.7m, 귀 길이 7m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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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고 다두강과 민장강, 칭이강이 합쳐지는 절벽에 새겨진 러산대불에 이르니 입이 쩍 벌어지고 만다. 높이 71m, 머리길이 14.7m, 귀길이 7m, 저런! 다리 사이 넓이가 8.5m로 엄지 발톱 위에서 소풍도 가능할 정도다. 발가락만 8.5m나 된다니 말이다. 귓속 사이를 확대하여 들여다 보니 그속에서 나무가 자라나고 있었다. 이야! 부처님 귀에서 나무가 자라나다니!
이 거대한 공사는 713년 당대의 고승인 하이퉁[海通]스님이 시작했다. 당시 민장강 일대는
쓰촨성의 물류를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였지만, 세찬 물길로 배가 난파되는 등 인명 피해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이에 하이퉁 스님은 불법의 힘을 빌려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대불을 조성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강을 바라보는 부처의 얼굴에 연민이 가득 하다. 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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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류 희생자를 줄이려고 1300년 전에 한 스님의 기원으로 공사가 시작돼 90년 만에 완성된 러산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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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을 완성하는 데는 9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고, 하이퉁 스님은 완성을 보기 전에 열반에 들었다. 가장 사고가 빈번한 지역에 대불을 조성하고 남은 돌을 대불 앞 민장강에 채워 넣어 물살이 약해져 인명피해가 줄었다고 한다.
러산대불은 능운산 서쪽의 암벽을 통째로 깎아낸 일종의
마애불이다. 1300년 전 당시에 조성되었을 때에는 대불에 전각을 둘러 탑처럼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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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0년 전 당초 조성된 러산대불 원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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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가장 쉬운 법은 빈장루 앞의 강을 따라 걸으며 보는 것이다. 저녁에 조명이 들어 온 후에는 더욱 매력적이다. 대불 가까이 가면 부처님의 발가락보다 작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부처님의 발가락에 각질이 생겼네요!"
"하하, 너무 많이 걸으셔서 생긴 각질일까? 각질 약을 좀 발라 드려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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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풍파에 벗겨진 발가락이 마치 각질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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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따라 오르내리며 발치를 내려다보니 마치 거인국의 난장이가 된 기분이다. 여행자들이 러산대불로 몰려드는 이유는 그 크기에 압도되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러산대불을 보고 "불상이 하나의 산이요, 산이 하나의 불상이다(佛是一座山, 山是一尊佛)"라고 말한다. '뻥'이 센 그들의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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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을 깎아 세운 러산대불. 사람들이 아득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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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큰 대불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서 배를 탔다. 육지에서는 부분적으로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빈장 나루에서 배를 탔다. 배위에서 바라보는 대불은 감동적이다. 뉴욕에 가면
자유의 여신상이 있듯이 러산에 가면 러산대불이 있다.
앉아있는 러산대불은 자유의 여신상보다 25m나 더 높다. 1300년 동안 오가는 배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대불의 광경은 과히 감동적이다. 거대한 불상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물살은 거세게 흘러간다. 과연 사고가 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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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를 타고 바라본 러산대불. 대불이 조성된 후 인명 피해가 줄어들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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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우요우쓰(鳥龍寺) 사원에서 선다. 대불과 같은 시기에 지어진 사원은 서예, 그림, 공예품을 비롯한 오래된 소장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1000개의 서로 모양이 다른 진흙
나한전이 인상적이다.
우요우쓰 사원에서는 마침 중국인들이 예불을 드리고 있었다. 중국을 수차례 여행했지만 중국인들이 예불을 드리는 광경은 처음 본다. 모두 검은 두루마기를 걸친 신도들이 특이하다. 그들은 "아미타불"을 부르며 사원 내부를 열을 지어 걸어 다닌다.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아미타불, 아미타부르 아미타불……"
끝없이 이어지는 염불을 듣다 보니 저절로 염불 삼매 젖어든다. 우요스쓰에서 나와 우유산을 지나 동방포두궁위안(東方佛都公園)으로 갔다. 이곳에는 아시아 전역에서 모아온 3000여 불상이 전시되어 있다. 갖가지 형태로 서 있는 불상 사이를 걷다보니 먼 피안의 세계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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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이 170m의 와불. 산 전체가 하나의 와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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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원에는 길이 170m의 와불(臥佛)이 산을 가로지르고 누워있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와불이다. 녹음에 우거져 부처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저 불상들을 바라보노라니 우린 개미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디 부처를 상으로 생각해서야… 마음은 불상보다 더 크지 않겠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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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민의 표정으로 강을 굽어보고 있는 러산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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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생은 모든 것을 상으로 보려고만 한다.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눈·귀·코· 혀· 몸·생각) 육근(六根)으로 끊임없이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색깔·소리·냄새·맛·법)의 육경(六境)을 끌어드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탐진치(貪瞋癡) 3독을 일으켜 번뇌가 죽끓듯이 일어나니 어찌하랴.
그래서 저렇게 거대한 불상을 조성하여 중생의 번뇌를 달래고 잠재우는 것일까? 3강이 합류하여 노도처럼 흘러가는 강물 위로 연민의 정을 가득 담고 있는 거대한 부처님을 뒤로 하고 청두로 떠났다.
(2010. 5. 7 중국 쓰촨성 러산대불에서 뉴스게릴라 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