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대한문인협회

등단시 응모 5편

기영석 2019. 5. 24. 04:56

새 봄 / 기영석

 

엄마가 다니는 밭두렁

아빠가 다니는 논두렁에도

새싹들이 실눈 뜨고 날 보라며

슬쩍 윙크한다

 

성질 급한 뒷산 홍매화가 꽃피우고

산소 주변 할미꽃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여 임처럼 반겨준다

 

들녘에는 이름 모를 작은 노란 풀꽃이

즐겁게 봄노래 부르고

실 개천가 윤기 흐르는 버들강아지

살랑살랑 춤을 추니

박새도 장단 마쳐 날갯짓한다

 

나비와 벌은 꽃밭에서 데이트를 즐기며

서로 포옹하며 사랑노래 불러주고

푸른 하늘 뭉게구름은 들녘 새봄을

바라보며 박수를 보낸다.

 

 

그 길 / 기영석

 

수십 년 동안 신발창이

닳고 닳도록 어머니가 다녔던

추억 속 그 길

 

병아리보다 더 귀엽고 앙증맞은 발로 아장아장 걷는 예쁜 손주 보며

건강하게 잘 살아달라고

저 멀리 푸른 소나무 아래서

웃음 지며 기도하셨던 어머니

 

산모퉁이 돌아 좁다란 그 오솔길

초로에 바지 젖을까

조용히 말씀하시던 감미로운 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에서 맴돕니다

 

세월 따라 변해버린 그 길

틈틈이 당신의 발자국 따라

뭉클한 가슴 조이며

그날의 추억들이 나를 울립니다.

 

 

쌍절암의 두 여인 / 기영석

 

애틋한 사연 담아

암벽에 새겨진 세 글자

순절한 시누이와 올케

한 품어 낙화되었건만

 

저 멀리 윤슬 위엔

왜가리가 미동치 않다가

절개를 지키려 나래를 편다

 

음지 샛바람 차가운데

오리들 자맥질 이어지고

애잔한 마음 멍하니 홀 긴 듯

강 건너 외산을 바라본다

 

슬픔의 눈물은 강물 되어 흐르고

저버린 나라 원망일랑 하지 마소

왜란의 긴 세월 가슴 시린 한을.

 

 

모란은 피었다 /기영석

 

뜰 앞의 청아한 자태

연분홍 배려하고

인고의 기다림에 지쳤는지

수줍음의 모습 살짝 보여준다

 

아주 작은 빨간 핏덩이

초기의 생명으로 잉태하여

하루가 달라지게 만삭의 여인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구나

 

아름다움에 진취되어

왕자의 품격을 지녔다고

어느 누가 말했는가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벌 나비 들락날락 연애하더니

아름다움은 며칠을 못 견뎌

하나둘 예쁜 옷 벗어던지고

황금빛 속살을 보이려 한다.

 

 

울림 / 기영석

 

밤새 비가 내린다

목마른 대지에 입맞춤하며

생기를 불어넣는다

 

촉촉이 젖은 산과 들에

어린 새싹들이 덩실덩실 춤추고

배 꽃봉오리가 터질 듯

때를 기다리며

 

어느 때처럼 솔향에 취해

녹색 꽃이 흐드러진 굽잇길 걷다

노래하듯 짝을 부르는 꿩의 울음소리는 그칠 줄 모르고 꿩꿩 꿩

 

애타게 부르는 꿩이

내 마음도 함께 울린다

 

청아한 숲 속 푸른 꽃잎 밑에서

올려다본 파란 하늘 위로

꿩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네.

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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