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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가기보다 어려운 유기농 배농사

기영석 2010. 2. 22. 23:27

서울대 가기보다 어려운 유기농 배농사

오마이뉴스 | 입력 2010.02.22 16:47 | 누가 봤을까? 40대 남성, 전라

[[오마이뉴스 조태용 기자]






▲ 소비자와 농부 소비자와 농부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도와야 농부는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 조태용


< 공부의 신 > 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천하대를 가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과 교사들의 노력을 그린 드라마다. 아이들은 천하대에 가기 위해 합숙을 하고 교사들이 그들을 교육한다. 누구나 알듯이 천하대는 서울대다. 대한민국 서울대는 들어가기 매우 어려운 곳이다. 서울대는 2009년 2894명을 선발했다.

"서울대 가기보다 유기농 과수농사가 어렵다." 대한민국 유기농 과수 농가는 얼마나 될까? 국립 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조회해 보니 유기농으로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는 34농가, 배는 48농가이며, 복숭아 12농가, 단감 29농가 정도다. 여기서 사과나 배를 전업으로 하는 농가를 찾아보면 그 수는 50%도 되지 않는다. 결국 국내에 유기농 사과, 배, 단감, 복숭아를 생산해서 생계를 유지하는 농가는 100여 농가에 불과하다. 밤과 포도 등을 포함하면 그 숫자가 조금 늘기는 하겠지만 그 수는 극히 적은 숫자다.

유기농 과수 농가가 적은 이유는 유기농으로 과수를 생산하는 일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기농 과수 농사는 서울대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실재 해보면 알겠지만 십수 년을 농사만 지은 전문 농부도 한두 해 도전으로 성공하기가 어렵고 설사 성공한다고 해도 그 수확량이 형편없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으면 일반 농사를 지을 때의 정품 수확량의 10분의 1도 건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과수 유기농은 < 공부의 신 > 에 나오는 아이들, 일명 꼴통들이 천하대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무모한 도전에 해당하는 것이다. 드라마에서는 특강을 해줄 교사들이 나타나 그들을 지원하고 그들은 열심히 따라 하면 되지만 농사에서는 특강을 해줄 사람도 없고 문제집도 없으며 참고서도 없다. 연습문제도 없으며 정답도 없는 것이다.

이제까지 일반농사는 화학 농약과 화학 비료로 농사를 지었다. 거기에는 항상 정답이 있다. 하지만 유기농의 참고서라고 할 수 있는 천연자재들은 오답이 가득한 참고서에 해당한다. 문제가 있을 때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하지만 정답이 아니라 정답에 가까울 뿐이다. 답이 없다. 그래서 어렵다.

유기농 과수농사 선택은 무모한 도전일까? 일반 농사를 지으면 편안할 것을 유기농이라는 선택을 해서 스스로 가난해지고 어렵게 사는 일을 선택했으니 꼴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유기농 배농사를 짓는 농부의 편지를 받았다. 그 어떤 긴 이야기보다 농부의 솔직한 편지를 통해 유기농의 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다.





▲ 유기농배 유기농으로 생산한 배다. 흠과 상처가 있다.


ⓒ 조태용


농부의 편지 "시집 못 간 딸처럼 혼기를 놓칠까..."

설 명절은 잘 보내셨어요? 늘 생산자와 소비자를 다같이 만족시킬 수 있도록 유통구조 개선에 노력해 주셔서 감사 드려요. 다름이 아니오라 농부sos를 신청하여 못난이 유기농배를 판매하려고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소비자님들이 원하는 것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시비하지 않은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해 줄 것을 농업인들에게 권장하며 이렇게 생산하면 구매해 주겠노라 합니다. 내 가족과 내 건강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그런 농산물을 생산하기를 요청하여 많은 농업인들은 어려움과 위험을 무릅쓰고 병충해와 전쟁에서 화학농약이란 좋은 무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농약보다 효과가 훨씬 떨어지는 친환경자재를 믿고 병충해와 전쟁을 하게 됩니다.





▲ 유기농배 겉은 못생겼지면 속은 멀쩡하다.


ⓒ 조태용


전쟁을 치른 후 수확한 배를 보면 건강하게 살아남은 것도 있지만 병충해와 싸우면서 생긴 흔적이 여기 저기서 나타나며 상처가 심한 것은 낙과되어 못쓰게 되고 적게 상처 입은 것은 반점들이 생겨 상품가치를 잃게 됩니다. 소비자들이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싸워 이기면 구입해 주겠노라 하였지만 진작 이러한 전쟁의 흔적이 있는 것은 겉은 멀쩡한데 모양이 좋지 않다며 외면하곤 하니 누가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농산물을 생산하여 소비자들 건강을 생각하고 계속해서 유기농산물을 생산하겠다고 고집을 피울까요. 농업인들도 유기농산물을 생산하면 좋은 줄 다 알고 있지만 이렇게 위험한 전쟁터에 화학무기인 농약 없이 진입할려고 할까요?





▲ 유기농배 농약,화학비료없이 키운 것이라 껍질째 먹어도 안심이다.


ⓒ 조태용


전쟁에서 상처 입으면 외면 당하고 위로 받을 곳 없는 현실이 지속된다면 아무도 진입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되며 유기농산물 생산이 잘 안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진입하였다 다시 농약을 사용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면서 소비자님들의 이해와 사랑없이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께 만난 유기농배 생산자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자존심 때문에 다시 농약을 칠 수는 없고 배 과수원을 폐원시키겠다고 하더군요." 생산한 배가 약간의 전쟁의 흔적이 있다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당하고 판매할 곳 또한 없다며 하소연하면서 농약을 사용할 때는 자기도 서울 공판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는 상위권 생산자였다며 힘주어 말하였지만 농약 없이 농사짓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다며 말끝을 흐리는 것을 보며 주위분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답니다.





▲ 유기농배 생산자 서울대 가기 보다 어려운 유기농배를 생산하는 김광식 농부


ⓒ 조태용


저도 농약 없이 농사 짓다 2년 연속 실패 후 5년 만에 생산한 유기농배인데 전쟁의 후유증으로 판매하지 못한 배가 저장고에 남아돌고 있어 시집 못 간 딸년처럼 혼기를 놓칠까 걱정되어 농부sos에 판매를 호소하오니 외면하지 말아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 농부의 희망 농민과 소비자는 상생의 관계다. 농민은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그 농부의 농산물을 구입함으로써 그 농부가 생산에 전념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조태용


드라마 속 김수로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소위 꼴통이란 이유로, 대다수 학생들이 우등생의 들러리로 소외되는 현실! 새롭게 태어나는 병문고에서는 이 점을 깨끗이 뒤엎고자 합니다"를 인용해서 "유기농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농사를 폐원하고 가난해지는 현실! 이 점을 깨끗이 뒤엎고자 합니다" 이런 말을 쓰고 싶다. 대한민국의 유기농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는 그동안 많이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판매는 힘이 든다. 공장에 쌓여 있는 생산물도 생산자의 눈으로 보면 자식같이 소중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만고의 진리가 하나 있다. 사람은 결코 먹지 않고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를 대비하고, 건강과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보험보다 내 몸을 충실하게 키워내는 안전한 먹을 것이야말로 가장 완벽한 보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험 든다고 생각하고 조금 비싸더라도 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하면 어떨까? 흠이 있어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김광식 농부의 유기농 배는 참거래 농민장터 농부 SOS 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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