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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충주호에 악어떼가 산다는데···

기영석 2010. 8. 20. 00:00

[여행]충주호에 악어떼가 산다는데···

아시아경제 | 조용준 | 입력 2010.08.19 16:03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정글 숲을 지나서 가자/엉금엉금 기어서 가자/늪지대가 나타나면은/악어떼가 나올라. 악어떼ㆍㆍㆍ.'

어릴때 많이 부르던 '악어떼'라는 동요다. 정글 숲을 몰래 몰래 엉금엉금 기어서 가고 있는 길섶으로 먹잇감을 노리는 악어떼들이 득실거린다면, 가히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공포수준일 것이다.

여름의 무더위도 끝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훌쩍 지나가기 싫어하는 계절의 심술로 인해 찜통더위는 여전하다.

이럴때 더위를 확 날려버릴 풍경을 찾아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바로 충주호(청평호)다.

한반도 내륙 중원에 위치해 청풍호반으로 불리며 천혜의 비경과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 충주호다.

그곳에 서면 언제 어느때고 가슴이 확 틔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짙푸른 호수면에 머리를 푹 담근 월악산 그림자의 정취에 빠져 보거나, 기암괴석이 그려내는 풍경을 보고 탄성을 지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런 충주호에 더위를 한 방에 날려줄 짜릿한 악어떼들을 만날 수 있다. 뜬금없이 웬 악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다름 아닌 월악산 자락의 대미산(일명 악어산)을 일컫는 말이다.

악어산으로 더 유명한 대미산 정상에서 충주호를 바라보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 듯 짜릿한 탄성이 절로 나올만한 절경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어떼를 만나기 위해 중부내륙고속도로에 올랐다. 괴산IC를 나와 충주 월악나루터 방면으로 10여분 달리면 월악도토리묵밥이 나온다. 악어떼를 만나기 위한 출발점이다.

일을 하다가도 악어산에 대해 묻기만 하면 맨발로 뛰어 나오는 황규팔 월악도토리묵밥 사장이 동행을 자청하신다.

악어산은 제천 월악산의 능선이 낮아지다가 청풍호 월악나루 쪽에서 살짝 일으켜 세운 봉우리로 해발 550m 남짓하다. 정상까지는 40분 정도면 넉넉히 가닿게 된다.

묵밥집 도로를 건너 산길로 접어들었다. 등산로 초입이라 할 만한 길도 없어 혼자라면 찾기도 쉽지 않을 듯 하다. 산행길은 오르막의 연속이다. 숲은 우거져 그늘이 짙다.

어찌 이름이 악어일까 궁금증도 솟는다. 산의 이름은 대개 그 봉우리의 형상을 본떠 붙여지게 마련. 그러나 산자락 밑에서 올려다본 악어산 봉우리는 여느 산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산길은 간혹 가파른 구간이 있어 숨이 턱까지 차오르긴 하지만 산행 거리는 등산이라 하기엔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황씨는 "정상에 올라서면 그만한 수고로움으로 보상받기 황송할 정도의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운다

악어산을 오르는 길에는 주황색 나리꽃이 지천이다. 금방이라도 주황빛 꽃가루를 듬뿍 쏟아낼 듯 황홀하다.

가파르게 경사면을 차고 오른 뒤 부드러운 소나무 숲 능선길로 접어들었다. 태양을 받은 흙길이 눈부시다. 짙은 초록이 감싼 소나무병풍이 펼쳐진다.

그 나무 사이 사이로 충주호로 수몰된 제천 한수면 옛 지역이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정상에 닿기 전에는 소나무 숲이 시선을 가려 좀처럼 호수가 내려다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정상에 서면 비로서 충주호가 한 눈에 확 들어온다.

발아래로 호반도로가 지나고 그 위쪽으로 산자락의 낮고 긴 능선들이 앞다퉈 충주호에 머리를 내밀고 있다. 그 모습이 영락없이 악어떼가 물을 마시러 나온 듯 한 형국이 펼쳐지면 그제서야 '악어산'이란 이름에 무릎을 치게 된다.

악어산이 산의 형세가 아니라 그 산에 들어 내려다보는 풍경을 따서 붙여진 것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 그 이름 그대로 충주호는 우글우글 악어떼로 가득하다.

바다로 치면 리아스식 해안과 비슷한 셈인데 가는 능선의 자락이 호수를 들고 나는 모습에 감탄을 자아낸다.

충주호를 조망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짜릿한 전망대는 없을 것이다. 악어산은 끝에서 시작해 고개를 끝까지 다 돌려야 그 장쾌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27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 풍경을 대하면 처음엔 무엇부터 봐야 할 지 시선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러다가 호반의 마을이며 초록으로 반짝이는 밭, 호수에 떠 있는 작은 배들에 하나하나 시선이 가닿는다. 그렇게 마음속으로 잘라낸 부분의 풍경들은 저마 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악어떼 넘어는 인등산, 지등산과 저 멀리 계명산 줄기들이 용트림을 하는 산세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황씨는 "악어산은 처음엔 수몰된 한수면 지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사진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며"최근엔 충주호의 아름다운 이색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전국에서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충주호를 내려다보던 방향에서 뒤로 돌아서면 여성이 머리를 풀고 누워있는 듯 한 형상을 한 월악산 영봉도 한눈에 들어온다.

원래 월악산은 여자가 누워 있어 음기가 서린 산이라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 이 산을 달래기 위해 송계리 덕주사에 남근석을 세웠다고 전해지는데 지금은 일제시대에 윗부분은 잘리고 뿌리만 남아 있다.

돌아서는 길 서쪽으로 석양빛이 쏟아진다. 입을 벌린 악어떼 사이로 유람선이 지난다. 배가 지나간 자국이 물 위로 이어지며 기다란 황금선을 그린다. 그리고 저녁거리를 챙긴 악어들이 하나 둘 어둠속에 자취를 감춘다.

충주=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정보

△가는길=

영동고속도로 여주JC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진입해 충주 IC나 괴산IC를 나와 단양방면으로 36번국도를 타고 가다 충주 월악나루터 가기전에 있다.

△먹거리=

월악도토리묵밥(011-732-6567)은 이름에 걸맞게 묵밥이 맛깔스럽다. 황태, 다시마, 씨앗, 야채 등을 넣고 6시간 이상 푹 고은 육수에 양배추, 사과, 배, 레몬으로 맛을 낸 동치미를 섞은 묵밥을 내놓데 그 맛이 일품. 자연산묵도 판매한다. 수안보지역은 꿩요리도 유명하다. 꿩육회, 불고기, 만두, 전골 등 다양한 꿩음식집들이 많다.

△볼거리=

중원문화의 고장답게 선조의 얼이 담긴 볼거리가 많다. 국토중앙탑을 비롯해 중원고구려비, 중원 미륵리사지, 탄금대 등이 들러 볼만하다. 또 수질좋기로 소문난 수안보온천, 앙성온천 등과 월악산국립공원도 있다. 월악나루터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충주호를 아름다운 풍취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