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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30년 배농사에 이런 냉해는 처음이요"

기영석 2010. 4. 29. 15:11

<르포> "30년 배농사에 이런 냉해는 처음이요"

나주 배나무 꽃눈 70-80% 죽어버려 농가 '한숨'

연합뉴스 | 여운창 | 입력 2010.04.29 13:17 | 수정 2010.04.29 14:18

(나주=연합뉴스)

"30년동안 나주서 배농사를 지었는디 올해같이 봄에 추워서 꽃눈이 다 죽어버린 것은 난생 처음이랑께. 올해 농사를 어찌해야할란가 모르것소."

전남 나주시 봉황면 철천리에서 배 과수원을 하고 있는 정형기(54)씨는 29일 꽃눈이 제대로 피지도 못해 까맣게 변해버린 배나무밭을 바라보고는 한숨만 쉬었다.

배의 씨가 열리는 씨방이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모두 검게 변해버리고 아예 수정능력을 상실해버려 열매를 맺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물을 뿌려서 주위 기온보다 꽃눈의 온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을 막는 미세살수장치가 설치된 곳은 꽃눈이 절반 정도 살아 있지만 미세살수장치가 없는 곳은 꽃눈이 대부분 죽어버렸다.

실제로 정씨의 배나무밭 1만1천평 중 미세살수장치가 설치된 5천평 정도는 꽃눈이 절반정도 살아났지만 미세살수장치가 없는 6천평은 모두 냉해를 입고 고사해 버렸다.

정씨는 "미세살수장치만 믿고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을 안했는데 보상받을 길도 막막하다"며 "남은 꽃눈이라도 살리려고 작목반을 총동원해 꽃눈을 강제수정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배나무밭을 하고 있는 고수만(60)씨 과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미세살수장치를 아직 하지 못해 꽃눈이 모두 검게 변해버려 수확을 아예 포기해야할 형편이다.

고씨는 "지난 13-15일 눈이 오고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꽃눈이 얼어 죽어버렸다"며 "작년 수확량의 20-30%도 건지지 못할 것 같은데 일부를 수확한다고 해도 배 품질이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질 것 같다"고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같은 냉해 피해는 배 뿐만 아니라 사과나 감, 복숭아 등 과실과 노지작물 대부분이 겪고 있으며 보리는 아예 밭을 갈아엎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농가 피해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지난달부터 실시한다던 자치단체 등의 피해조사는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에만 보험회사에서 나와 실태파악을 벌였을 뿐 냉해피해 조사를 벌인다는 자치단체의 손길은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냉해와 습해를 입은 피해작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작물별로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는 만큼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해 정부에 피해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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