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꽃 피는 식물 제주서 발견
연합뉴스 | 입력 2010.10.20 10:38 | 수정 2010.10.20 10:50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제주
국내 첫 보고..열대 식물 '코멜리나 벵갈렌시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땅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식물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제주에서 발견됐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유전자원연구팀은 최근 생태사진가 이영선(50)씨의 제보를 받고 제주시 한림읍 금릉리에서 촬영한 식물을 조사한 결과 열대성 식물인 코멜리나 벵갈렌시스(Commelina benghalensis L., 국명미정)로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이 식물은 지상부에서 곤충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해 깔때기 모양의 포에서 파란색 또는 보라색의 꽃을 피우며, 지하에서도 꽃잎은 퇴화하였지만 지상부에 피는 꽃과 같이 암술과 수술을 비롯한 다른 기관을 정상적으로 갖춘 꽃을 피우는 것으로 밝혔다.
지하에서 피는 꽃은 전체가 얇은 막에 쌓여 있어서 매개곤충의 도움 없이 처녀생식을 한다.
열매는 꼬투리 모양으로서 지상부 열매에는 1개의 큰 씨앗과 4개의 작은 씨앗이 들어 있고, 지하부 열매에는 1개의 큰 씨앗과 2개의 작은 씨앗이 들어 있다.
1년생 또는 2년생 초본인 이 식물은 길이 15∼40㎝ 크기로 자라며, 줄기는 땅 위를 기거나 곧추서고, 가지를 많이 내어 마디에서 뿌리가 나오며, 전체에 털이 있다.
이 식물은 일본과 대만 이남의 열대와 아열대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제주에서 발견되면서 제주가 북방한계선이 됐다.
코멜리나 벵갈렌시스에서 관찰되는 지중화 또는 지하화(underground flower)라는 생식현상은 한국에서는 처음 보고되는 것으로, 땅콩에서처럼 지상에서 개화한 후 지하로 생장하여 성숙하는 지하결실현상, 일부 괭이밥이나 제비꽃에서 보이는 지상부 폐쇄화 현상과는 다른 것이다.
이런 종은 지구상 30만여종의 육상식물 중 대략 100여종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상부가 초식동물이나 산불과 같은 피해, 또는 과도한 고온이나 건조 스트레스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유전자원연구팀은 또 생태사진가 박영권(52)씨가 제주시 용담동에서 발견한 식물을 조사해 코멜리나 벵갈렌시스와 같은 닭의장풀과의 코멜리나 디퓨사(Commelina diffusa Burm. f., 국명미정)의 제주 자생지를 확인했다.
이 식물은 땅 위를 길이 1m 정도까지 기며, 마디에서 뿌리와 함께 짧은 가지가 나와 곧추선다. 꽃은 보트모양의 포에서 나오며 밝은 파란색 또는 흰색을 띤다. 열매에는 5개의 씨앗이 들어 있다.
전체적으로는 코멜리나 벵갈렌시스와 비슷하지만 식물체가 보다 더 크고, 지하부에 생식기관이 없으며, 포와 잎의 아랫부분 가장자리에만 간혹 털이 있을 뿐 전체적으로 털이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식물은 전 세계의 열대와 아열대에 분포하며,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야쿠시마와 오키나와 등 남부 도서지방과 대만을 잇는 선의 이남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었기 때문에 이번 발견으로 역시 북방한계선이 제주로 변경됐다.
이번에 발견된 두 종은 모두 닭의장풀과(Commelidaceae)의 닭의장풀 무리(Commelina)에 속하는 단자엽식물이다. 이 무리에 속하는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180여종이 알려졌고,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닭의장풀, 좀닭의장풀, 애기닭의장풀 등 3종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난대산림연구소 김찬수 박사는 "코멜리나 벵갈렌시스의 지중화 현상은 식물의 생식메커니즘에 대한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진화, 생태, 교육적 측면에서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보다 정밀한 조사를 거쳐 학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종들은 관상가치와 함께 식용 및 약용으로서도 가치가 있는 식물로 알려져 있어 경제적 측면에서의 연구도 필요하다"며 "그러나 아열대 또는 열대지방에 분포하는 종이 제주도까지 북진했음은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의미가 있는 발견이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hc@yna.co.kr
(끝)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땅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식물이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제주에서 발견됐다.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유전자원연구팀은 최근 생태사진가 이영선(50)씨의 제보를 받고 제주시 한림읍 금릉리에서 촬영한 식물을 조사한 결과 열대성 식물인 코멜리나 벵갈렌시스(Commelina benghalensis L., 국명미정)로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지하에서 피는 꽃은 전체가 얇은 막에 쌓여 있어서 매개곤충의 도움 없이 처녀생식을 한다.
열매는 꼬투리 모양으로서 지상부 열매에는 1개의 큰 씨앗과 4개의 작은 씨앗이 들어 있고, 지하부 열매에는 1개의 큰 씨앗과 2개의 작은 씨앗이 들어 있다.
1년생 또는 2년생 초본인 이 식물은 길이 15∼40㎝ 크기로 자라며, 줄기는 땅 위를 기거나 곧추서고, 가지를 많이 내어 마디에서 뿌리가 나오며, 전체에 털이 있다.
이 식물은 일본과 대만 이남의 열대와 아열대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제주에서 발견되면서 제주가 북방한계선이 됐다.
코멜리나 벵갈렌시스에서 관찰되는 지중화 또는 지하화(underground flower)라는 생식현상은 한국에서는 처음 보고되는 것으로, 땅콩에서처럼 지상에서 개화한 후 지하로 생장하여 성숙하는 지하결실현상, 일부 괭이밥이나 제비꽃에서 보이는 지상부 폐쇄화 현상과는 다른 것이다.
이런 종은 지구상 30만여종의 육상식물 중 대략 100여종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상부가 초식동물이나 산불과 같은 피해, 또는 과도한 고온이나 건조 스트레스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유전자원연구팀은 또 생태사진가 박영권(52)씨가 제주시 용담동에서 발견한 식물을 조사해 코멜리나 벵갈렌시스와 같은 닭의장풀과의 코멜리나 디퓨사(Commelina diffusa Burm. f., 국명미정)의 제주 자생지를 확인했다.
이 식물은 땅 위를 길이 1m 정도까지 기며, 마디에서 뿌리와 함께 짧은 가지가 나와 곧추선다. 꽃은 보트모양의 포에서 나오며 밝은 파란색 또는 흰색을 띤다. 열매에는 5개의 씨앗이 들어 있다.
전체적으로는 코멜리나 벵갈렌시스와 비슷하지만 식물체가 보다 더 크고, 지하부에 생식기관이 없으며, 포와 잎의 아랫부분 가장자리에만 간혹 털이 있을 뿐 전체적으로 털이 없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식물은 전 세계의 열대와 아열대에 분포하며,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야쿠시마와 오키나와 등 남부 도서지방과 대만을 잇는 선의 이남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었기 때문에 이번 발견으로 역시 북방한계선이 제주로 변경됐다.
이번에 발견된 두 종은 모두 닭의장풀과(Commelidaceae)의 닭의장풀 무리(Commelina)에 속하는 단자엽식물이다. 이 무리에 속하는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180여종이 알려졌고,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닭의장풀, 좀닭의장풀, 애기닭의장풀 등 3종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난대산림연구소 김찬수 박사는 "코멜리나 벵갈렌시스의 지중화 현상은 식물의 생식메커니즘에 대한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진화, 생태, 교육적 측면에서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보다 정밀한 조사를 거쳐 학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종들은 관상가치와 함께 식용 및 약용으로서도 가치가 있는 식물로 알려져 있어 경제적 측면에서의 연구도 필요하다"며 "그러나 아열대 또는 열대지방에 분포하는 종이 제주도까지 북진했음은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의미가 있는 발견이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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