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감기 / 기영석
온통 세상이 뿌옇다 못해
하얘지고 중무장을 했다지만
지독한 이놈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니 머리가 찌뿌둥해진다
콧물이 나고 목이 잠기더니
목성이 변하고 이불 덥고 누웠는데
이를 본 내 것이 갖은 약을 먹이지만
이놈은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내 편이 되어준 내 것이 있음에
미안하고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이맘때면 꼭 찾아와 나에게 시비 걸고
이놈과 싸우려 해도 이길 수가 없다
형체도 없는 것이 허상일 뿐인데
지독한 너는 무엇이길래 나를 괴롭히느냐
너란 놈을 이기려면 시간이 약인 것을
누구나 안다는 걸 너는 알겠지
며칠만 더 싸우자 기어이 이길 거니까
지독한 이 나쁜 놈아
1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