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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 경제사업 분리’ 농협법 개정안 국회 통과

기영석 2011. 3. 11. 23:10

‘신용 - 경제사업 분리’ 농협법 개정안 국회 통과

농협, 중앙회·경제지주·금융지주로 나뉜다

경향신문 | 김희연·김다슬 기자 | 입력 2011.03.11 21:27

농협중앙회가 17년 만에 개혁의 첫 발을 내디뎠다.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1일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농협은 내년 3월2일부터 중앙회와 경제지주회사, 금융지주회사 3개의 독립법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농협 개혁의 필요성은 1994년부터 대두했으며, 2009년 12월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1년여 만에 통과된 것이다.

농민단체 등은 "껍데기만 신·경 분리이고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은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시장도 거대 금융지주회사로 거듭날 농협을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 새 농협, 경제사업 강화에 '방점' = 중앙회 및 기존 경제부문 자회사가 하던 경제사업을 묶은 경제지주가 설립된다. 농협은행과 신설될 농협생명보험·손해보험, 기존 신용부문 자회사 등은 금융지주로 편입된다. 중앙회는 두 지주회사에 출자해 지분을 소유하고 경영 및 인사권을 통제한다.

개정안은 농협의 주요 책무를 농축산물 판매 활성화에 두고, 판매·가공·유통은 물론 수급조절 기능까지 책임지도록 했다.

중앙회에 경제사업의 단계적 이관과 시한도 명시했다. 개정안은 법 시행 후 3년 내에 판매·유통 관련 경제사업을, 5년 이내에 여타 경제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하도록 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중앙회가 실사를 통해 확정한 자본금의 30% 이상(4조5000억원 예상)을 경제부문에 배분토록 했다. 사업구조 개편에 필요한 추가 자본금은 정부 지원으로 충당된다. 정부가 자본금을 지원하더라도 중앙회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는 없다. 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약 8000억원은 면제되고, 사업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은 현재 농협중앙회가 부담하는 수준보다 높아지지 않도록 했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농협이 조합과 농업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협동조합 본연의 역할에 전념하고 각 사업이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농민단체 반발 =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의 이호중 연구기획팀장은 "중앙회가 마치 삼성 구조조정본부처럼 신용·경제지주를 실질적으로 지휘·통제하는 전략본부로서의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이고 독점적 지위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농업이 금융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이 농업을 지배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지주와 각 지역 회원조합 간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양돈조합이 '도드람' 브랜드로 돈육 가공사업을 하고 있지만 농협중앙회가 자회사인 '목우촌'을 설립해 경합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 빈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농협이 협동조합의 원칙에 충실하도록 각각의 기능을 독립시킨 '연합회' 방식으로 사업 분리·개혁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빅4' 자리 내줄 보험업계 '긴장' = 새로 출범할 농협금융지주는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229조원에 달한다. 출범과 동시에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자산 300조원대 금융지주사와 경쟁하게 된다.

농협 측은 은행·보험·증권 등 자회사 간 고객정보 공유를 통해 마케팅, 복합상품 개발, 복합금융점포 운영 등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농협 금융구조개편부 관계자는 "금융지주 출범을 계기로 2020년 기준 3조3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특히 농협보험 탄생에 주목한다. 기존에 판매가 제한됐던 변액보험과 퇴직연금 등의 판매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다만 퇴직연금은 출범 후 5년간의 유예기간이 종료된 뒤 판매가 가능하다.

삼성, 대한, 교보생명 등 기존 '빅3'는 농협보험의 진입을 경계하는 눈치다. 그러나 중소형사들은 농협 채널을 통해 자사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방카슈랑스가 가능해 반기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전국적으로 1158개의 점포를 갖고 있어 국민은행 지점 수와 맞먹는다.

< 김희연·김다슬 기자 egghe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