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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절암의 두 여인

쌍절암의 두 여인 / 기영석 애틋한 사연 담아 암벽에 새겨진 세 글자 순절한 시누이와 올케 한 품어 낙화되었건만 저 멀리 윤슬 위엔 왜가리가 미동치 않다가 절개를 지키려 나래를 편다 음지 샛바람 차가운데 오리들 자맥질 이어지고 애잔한 마음 멍하니 홀 긴 듯 강 건너 외산을 바라본다 슬픔의 눈물은 강물 되어 흐르고 저버린 나라 원망일랑 하지 마소 왜란의 긴 세월 가슴 시린 한을. 190513 등단시

그 길

그 길 / 기영석 수십 년 동안 신발창이 닳고 닳도록 어머니가 다녔던 추억 속 그 길 병아리보다 더 귀엽고 앙증맞은 발로 아장아장 걷는 예쁜 손주 보며 건강하게 잘 살아달라고 저 멀리 푸른 소나무 아래서 웃음 지며 기도하셨던 어머니 산모퉁이 돌아 좁다란 그 오솔길 초로에 바지 젖을까 조용히 말씀하시던 감미로운 목소리가 지금도 귓전에서 맴돕니다 세월 따라 변해버린 그 길 틈틈이 당신의 발자국 따라 뭉클한 가슴 조이며 그날의 추억들이 나를 울립니다. 등단시 19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