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 기영석
술이라면 세상을 움켜쥔 듯 살아 가신님이시여
오늘은 임이 너무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
마지막 가실 적 실눈 뜨고 보시더니
뭐가 그리 바쁘셨는지 슬픔만 남겨두고
돌아올 수 없는 먼 여행길을 떠났습니까
보내는 서러움에 남몰래 울었지만
임은 뜨거운 불 속에 목욕하고
한 줌으로 가루가되어 차디찬 땅속에
가족을 남겨두고 천년 집으로 가셨습니다
누구나 한세상 살다가 가는 것을
이제는 술도 없고 말리는 이들도 없으니
저세상에서 편하게 지내시길 빌겠습니다
빈손으로 태어나 빈손으로 가셨지만
임이 남겨놓은 분신들은 잘살고 있습니다.
한 줌 재로 어디론가 훌쩍 떠나신 님이시여!
아~ 그립습니다 너무 보고싶습니다
※이 글은 1월 1일 작고하신 종숙모님과
우리와의 생전의 정겨운 마음을 그리며
떠나보낸 아쉬움을 달래 보려 함입니다
2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