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자작시

님의 안식처

기영석 2019. 12. 13. 21:17

 

님의 안식처 / 풍호 기영석

 

오 남매 곱게 길러 짝지어 주시드니

좋은 날 큰 산 양지바른 산기슭에

흙 지붕 집을 지어 가셨습니다

 

내 딸 시집가던 전날에는

집 앞에 주저앉아 소리 내어 울었지만

문까지 잠겼는지 아무 대답 없더이다

 

행여 못 들었나 땅을 치며 통곡하니

나목 위의 새들이 푸드덕 떠나가고

소리 내 불렀지만, 눈물만이 위로하네

 

님 옆에 드러누워 슬픔의 잠 들 즈음

내 새끼 키우기에 바쁜 나날 보내면서

어른 되어 알고 나니 불효됨을 알았어요

 

눈뜨고 돌아보니 석양의 노을만이

애잔한 목소리로 집에 가라 일러주네

 

1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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