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안식처 / 풍호 기영석
오 남매 곱게 길러 짝지어 주시드니
좋은 날 큰 산 양지바른 산기슭에
흙 지붕 집을 지어 가셨습니다
내 딸 시집가던 전날에는
집 앞에 주저앉아 소리 내어 울었지만
문까지 잠겼는지 아무 대답 없더이다
행여 못 들었나 땅을 치며 통곡하니
나목 위의 새들이 푸드덕 떠나가고
소리 내 불렀지만, 눈물만이 위로하네
님 옆에 드러누워 슬픔의 잠 들 즈음
내 새끼 키우기에 바쁜 나날 보내면서
어른 되어 알고 나니 불효됨을 알았어요
눈뜨고 돌아보니 석양의 노을만이
애잔한 목소리로 집에 가라 일러주네
19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