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자작시

미륵이 된 인조 과

기영석 2019. 12. 13. 21:19

 

미륵이 된 인조 과 / 풍호 기영석

 

새집 지어 잘 살라며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두 손에 들고 오신 보물

냉장고 위 덩그러니 올려진

두 그루의 나무엔 진짜 같은 인조 과일

 

십오 년의 세월 동안 그 자리에서

우릴 지켜주신 고귀한 마지막 아버지의 선물이다

임 떠나고 없는 빈자리

시아버지의 유품이라며

씻어주고 닦아주는 며느리

고이 간직하려는 섬김에

지금도 변하지 않은 색깔이 너무 곱다

 

아이들의 볼같이 예쁜 사과 여덟 개

색깔 고운 감귤 여덟 개는 임의 바람일까

현실로 이어진 보살핌의 혼령이 서려 있다

 

이 아들은 텅 빈 마음으로

온밤을 지새우며 쳐다보고 눈물을 참아 봅니다

 

거실 공간에서 삶의 단안을 알려주시고

가족의 평안을 지켜주시는

미륵으로 지켜준다는 것을.

 

190330

'나의 서재 >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림호  (0) 2019.12.13
두견이의 합창  (0) 2019.12.13
님의 안식처  (0) 2019.12.13
삼강주막  (0) 2019.12.13
쌍절암의 두 여인  (0) 2019.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