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이 된 인조 과 / 풍호 기영석
새집 지어 잘 살라며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두 손에 들고 오신 보물
냉장고 위 덩그러니 올려진
두 그루의 나무엔 진짜 같은 인조 과일
십오 년의 세월 동안 그 자리에서
우릴 지켜주신 고귀한 마지막 아버지의 선물이다
임 떠나고 없는 빈자리
시아버지의 유품이라며
씻어주고 닦아주는 며느리
고이 간직하려는 섬김에
지금도 변하지 않은 색깔이 너무 곱다
아이들의 볼같이 예쁜 사과 여덟 개
색깔 고운 감귤 여덟 개는 임의 바람일까
현실로 이어진 보살핌의 혼령이 서려 있다
이 아들은 텅 빈 마음으로
온밤을 지새우며 쳐다보고 눈물을 참아 봅니다
거실 공간에서 삶의 단안을 알려주시고
가족의 평안을 지켜주시는
미륵으로 지켜준다는 것을.
19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