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 219

하늘재를 걸으며

하늘재를 걸으며 / 기영석 자연의 위대함을 품은 포암산과 월악산은 그 옛날 그대로인데 마의태자와 덕주공주 망국의 한을 품고 피 눈물을 흘리며 넘었다는 고갯마루 억겁을 지켜온 바위 청명한 하늘의 구름까지 처연한 마음 달래면서 수많은 사연 서려있는 계림령 숲 속 오솔길을 천천히 오르고 내려간다 20191104 #문경시 ※2019. 11. 4 함께한 윤동현 친구 너무 고맙고 미륵리에서 하늘재를 걸어보고 수안보에 가서 꿩 코스 요리를 맛있게 먹고 왔다

강물 같은 세월

강물 같은 세월 / 풍호 기영석 낙엽 쌓인 둘레길 전망대 절벽 아래 낙동강 물은 소리 없이 쉬지 않고 흘러가고 물끄러미 한참을 내려다볼 때 모래 위의 맑은 물이 바람에 떨어진 잎새와 함께 멀리 여행을 시작한다 바위에 부딪혀도 말없이 갈 길을 가는 강물 위에서 아래로 밀려가야겠지 바람에 나부끼며 떨어진 낙엽처럼 쓸쓸하게 가는 것은 생을 조용히 마감하려 함이겠지 191126

산사의 만추

산사의 만추 / 풍호 기영석 길 따라 떠나는 산사의 아름다움이 눈 호강시켜주는데 겨울이 옮을 아는지 곱게 물든 나뭇잎이 한 잎 두 잎 떨어진다 무량수전에 삼배하고 가을을 시샘하는지 골 바람이 차갑게 불어와도 단풍에 홀려 바보처럼 멍하니 명봉사 풍경을 눈에 담는다 20191104 ※문경의 물 맑은 경천호(댐)를 돌아 사도세자의 태실이 있고 예천의 고찰 명봉사를 옆지기와 함께 찾았다 #예천군

가을 끝자락

가을 끝자락 / 풍호 기영석 바람이 심술을 부려 곱게 물든 나뭇잎은 한 잎 두 잎 뚝뚝 떨어지고 한 생을 잘 보냈다고 길 위를 뒹굴고 무참히 밟혀도 아파하지도 울지도 않는다 길 섶의 억새란 놈은 갈대와 함께 바람 장단에 이리저리 흥에 겨워 춤을 추고 강 건너 사림봉엔 색깔 흐린 단풍으로 채색되고 강물은 가을을 띠워 보낸다 20191105 ※정인혁 친구 부부와 대동산 돌아 쌍절암 생태숲길을 트레킹 #예천군

너무 사랑했었는데

너무 사랑했었는데 / 풍호 기영석 당신이 너무 좋아서 너무 보고 싶고 사랑했기에 참 많이도 찾아갔었는데 구부정한 당신의 등을 타고 넓고 포근한 가슴에 안기려 내 몸이 땀에 젖고 다리가 아파와도 나는 사랑의 쾌감을 맛보았지 철철이 예쁜 옷 갈아입고 나 오기만 기다린다더니 짝사랑하는 줄을 알면서도 난 당신을 너무 사랑했었다 늙어가는 내 몸이 부실해서 당신의 등을 걸을 수도 만질 수도 없으니 바보처럼 멍하니 그리움에 젖는다오 화려한 단풍 옷 입은 당신 곁으로 하늘에 떠있는 저 구름 빌려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가고 싶소 2019. 10. 24

오 남매

오 남매 / 풍호 기영석 어미의 탯줄에 잉태하여 시시각각 태어났지만 여기서 하나가 없다면 삶에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삶에 시달려 이마엔 밭고랑이 머리에는 찬 서리가 내렸으니 남은 인생 계산기가 없더라 희망도 행복도 모두가 허상이고 보이지 않으니 붙잡지도 못하고 구름처럼 강물도 흘러만 가는데 내 몸이 노화인 걸 누구를 탓하랴 다섯 손가락 건강해달라고 돌부처에 합장해 빌었더니 대답 없는 메아리뿐이고 반지의 아픔에 인지가 아파져 온다 190305